히틀러의 비밀무기라 조롱받던 미군 최악의 보급품

초콜릿은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미군 병사들에게 전투식량으로 지급됐다.


정기적으로 초콜릿을 보급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달콤한 후식을 제공함으로써 전투에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자는 것과 초콜릿이 고열량의 식품인 만큼 작전 중의 병사에게 빠르고 간편하게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병사에게 지급되는 초콜릿은 사기진작과 고열량 에너지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한 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맛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위급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아껴 먹어야 할 생존 식량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인 1937년, 병참 장교였던 '폴 로간' 대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납업체였던 허쉬 초콜릿 회사를 찾아가 병사들의 전투식량에 들어갈 초콜릿 개발을 논의했다.



여기서 기존의 초콜릿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나왔다. 하나는 보통의 초콜릿은 여름철에 쉽게 녹기 때문에 병사들이 주머니에 넣고 휴대할 수 없다는 것과 맛이 좋아 비상식량으로 갖고 다니기에는 너무나 유혹적이다는 것이다.


이에 로간 대령은 고온에서 견딜 수 있으며, 굶주림에 지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먹을 수 있도록 고열량이고 맛이 없어야 하는 초콜릿을 허쉬에 주문했다. "딱딱하게 굳은 삶은 감자보다 약간 더 나은 맛"의 초콜릿 개발이 로간 대령의 요구 사항이었다.



그 결과 생존용 구명 초콜릿이 만들어졌다. 원료는 보통 초콜릿보다 카카오 함량을 훨씬 높여 지금의 다크 초콜릿처럼 만들었고, 여기에 오트밀, 탈지 우유 그리고 인공색소 등을 첨가해 진짜 삶은 감자와 비슷한 수준의 초콜릿을 제조했다.


로간 대령은 첫 제품을 받은 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냄새도 그렇고 생김새도 맛으로 먹기보다는 마치 빨랫비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초콜릿을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모두 4000만 개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하니 장병들이 한 개 이상씩을 지급받았을 것인데, 위급 상황에 부닥친 병사들의 생존 목적에는 알맞았겠지만, 실제 이 초콜릿을 지급받은 장병들 사이에는 불만이 높았다.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생존을 위해 만든 초콜릿이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너무나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병사들은 이 초콜릿을 '히틀러의 비밀무기'라고 불렀다.



장병의 불만은 높았지만 사실, 구명 초콜릿은 적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다. 전쟁터에서 고립된 병사들 개개인의 생존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얀마 전선의 미군들은 집단으로 이 초콜릿을 먹으며 견뎠다.


아열대 기후의 낯선 풍토에서 장병들이 이질에 걸렸을 때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식품이 바로 구명 초콜릿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맛에 불만을 품은 미군 병사들은 구명 초콜릿을 히틀러의 비밀 무기라고 불렀지만 실제로 초콜릿이 히틀러의 비밀무기로 쓰였던 적도 있었다.


나치의 폭탄 제조 전문가들이 얇은 금속판에 다크 초콜릿을 씌우고, 그 위에 폭발성 화약을 코팅한 특수 폭탄을 제조했다.



초콜릿을 먹으려고 자르는 순간 폭발하게 한 것이다. 독일 비밀 요원이 이 초콜릿을 영국의 전시내각 식탁에 공급해 처칠 영국 수상을 암살한다는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영국 첩보기관에 발각되면서 진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초콜릿이 진짜 히틀러의 비밀무기로 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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