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업으로 부를 축척한 죽음의 상인들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서 '캐 서방'으로 불렸던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에서는 성공한 무기중개상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유리 오로프'는 소총부터 헬기까지 막대한 양의 무기를 팔아 부를 축적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어릴 적부터 꿈에 그리던 톱모델을 아내로 맞는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산다.



일부 과장된 면이 있지만, 영화 속 유리 올로프는 '죽음의 상인'으로 유명한 '빅토르 부트'라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소련 정보기관 KGB에서 장교로 근무했던 부트는 냉전이 끝난 직후 화물 운송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통해 각지에 방치되어 있는 구 소련군의 무기를 수집, 세계 각지의 반군과 테러리스트들에게 팔았다.



부트는 지난 2008년, 태국에서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들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될 때까지 약 20여 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의 무기를 팔아치웠고, 여기서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조 7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방법은 대단히 간단했다. 소련이 망하면서 월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군 지휘관들에게 접근해 푼돈을 쥐어주고 부대에 방치된 각종 무기들을 고철 값도 안 되는 헐값에 사들인 뒤 내전이 한창인 국가나 테러리스트들에게 비싸게 파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부트의 실적은 무기중개업 분야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바실 자하로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터키 태생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자하로프는 '죽음의 슈퍼 세일즈맨'이라 불렸으며, 20세기 초에 벌어진 대부분의 전쟁에 개입해 천문학적인 무기를 팔아 치웠다.



그가 무기중개상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었던 1877년, 그는 한 무역회사의 그리스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 정부에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무기였던 잠수함 1척을 판매한 뒤, 곧바로 이스탄불로 가서 "당신들의 적성국인 그리스에서 최첨단 무기인 잠수함을 구입했다"고 알려 터키 정부에 2척의 잠수함을 팔았다. 계약이 체결된 직후 모스크바로 날아간 자하로프는 "터키가 잠수함으로 흑해의 입구인 보스포러스 해협을 막으면 러시아의 안보가 흔들린다"고 위협해 러시아에 4척의 잠수함을 팔았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하로프의 능력을 높이 산 영국 최대의 방산업체 '비커스'는 그를 임원으로 고용하고 로비스트로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제2차 보어전쟁부터 러일전쟁, 발칸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대규모 전장에서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무기를 팔아 치웠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그의 중개로 거래된 무기는 전함 4척, 순양함 5척, 잠수함 54척, 전투기 및 비행선 5,500여 대, 야포 2,300여 문과 기관총 10만 정 등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팔아먹는 '자하로프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으로도 악명이 자자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잘생긴 외모와 유창한 화술을 바탕으로 유력 정치인들의 부인을 침대로 끌어들이고, 이들을 조종해 정치인들을 움직여 전쟁을 일으킨 뒤 전쟁 당사국 모두에게 무기를 팔았다.


이러한 무기중개업을 통해 그가 벌어들인 돈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다만 국가를 움직여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돈이 있었고, 원활한 무기 공급으로 전쟁에 기여했다고 영국에서 기사 작위를, 프랑스에서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을 정도로 부와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현재 국제무기시장에서 무기 중개업자들이 챙기는 수수료는 총사업비의 1 ~ 5% 정도가 관례이다.



대당 1,000억 원을 훌쩍 넘는 전투기 구매 계약을 성사시키고 중개 수수료로 1%를 받으면 대당 10억 원이다. 전투기는 부대 편성을 위해 20대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에 1개 대대분만 팔아도 200억 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데, 구매 규모가 40~60대로 커지면 중개업자가 챙길 수 있는 수수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무기중개업은 말 그대로 인명을 살상하는 도구를 사고파는 행위를 중개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국가의 무기 거래는 국가 안보라는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고, 무기중개업 역시 필요악이지만, "살상 도구를 사고파는 것을 알선한다"는 점에서 무기중개업은 합법과 불법 여부를 떠나 도덕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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