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태국의 항공모함

아시아의 맹주라 자칭하고 있는 태국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 항공모함의 명칭은 '차크리 나루에벳'으로 '위대한 차크리 왕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차크리 왕조는 태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숭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태국의 현 왕조이다. 이 항모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차크리 나루에벳'은 태국이란 국가의 자존심이 달려 있는 것이다.

↑차크리 나루에벳

↑미국 항모와의 크기 비교

차크리 나루에벳의 제원

진수 : 1996년 1월 20일

취역 : 1997년 3월 27일

만재 배수량 : 11,486톤(상륙함인 독도함이 14500톤)

크기 : 길이 182.65m, 너비 30.5m(독도함의 크기 : 길이 199m, 너비 31m)

순항속도 :17.2노트(31.9 km/h)

승무원 : 675명

탑재 항공기 : 중형헬기 16대 혹은 수직이착륙기 12대 운용가능

기타 무장: 12.7mm 중기관총 2정, 휴대용 미스트랄 지대공 발사기 2연장 3기

↑독도함

그렇다면 이러한 태국의 항공모함이 왜 국제적 조롱거리가 돼었을까?

그 사연은 1990년, 태국의 항공모함 도입 배경에서 부터 시작된다. 태국 해군은 급성장하는 태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헬기의 운용이 가능하고, 유사시 상륙 함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강습상륙 함을 도입할 계획을 가진다.

이에 따라 'LPD(다목적 상륙함)' 제작 경험이 있는 스페인의 국영 바잔 조선소에 건조를 의뢰했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올바른 정책이라 할만했다. 그런데 세부적인 협상을 논의하던 중, 바잔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되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선회하게 되었다. LPD대신 비슷한 가격에 경항공모함을 사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스페인 해군이 사용 중인 항공모함을 기반으로 하여 조금 축소된 경항공모함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스키점프대처럼 함재기 운영과 관련된 시설을 제외한다면 LPD나 경항공모함의 기본적 선체 구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한 순항속도 17.2노트(31.9 km/h)라는 느린속도에 심각하게 작은 크기등으로 좋은 스펙이 아니였다.

↑스페인 항공모함, 배수량 16,700톤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

항공모함이라는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태국이 망설이자 스페인은 결정적인 당근을 하나 더 제시하였다. 퇴역 예정인 6기의 '해리어(스페인 명 AV-8S)기'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92년 3월, LPD보다 약 10퍼센트 정도 비싼 3억 3,600만 달러에 계약이 체결되고, 건조가 개시되었다. 그야말로 얼떨결에 구매하였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그리고 1997년 3월, 태국 해군에 인도됨으로써 태국은 당당히 14번째 항공모함 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려놓게 되었다.

하지만 취역과 동시에 수많은 문제점이 속속 나타났다. 아무리 수직이착륙기를 이용하지만 독도함보다 작은 만재 배수량 11,486톤 크기로는 최대 10기 정도의 함재기 운용도 버거워 항공모함으로써 원활히 임무를 수행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작전을 펼칠 호위함이 없다는 점이었다. 항공모함은 호위 전력 없이 항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크리 나루에벳은 도입과 동시에 군사적 능력 상당 부분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었다.

또한 나중에 장착할 예정으로 각종 센서나 방어용 무장을 생략하고 먼저 선체만 인도받았기에 함 자체도 성능이 나빴는데, 1997년 닥친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그나마 세워졌던 업그레이드 계획도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되었다.

거기에다가 2006년 어떤 미련도 두지 않고 전량 도태시켰을 만큼 무상으로 제공받은 해리어들이 운용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는 점은 차크리 나루에벳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만든 결정타가 되었다.

태국은 애물단지가 돼버린 '차크리 나루에벳'을 인도에 판매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항공모함으로써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받아 거절당하였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내부를 개조하여 태국 국왕 전용 요트로 사용된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현재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개되어 전시용으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