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만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세계의 이상한 무기들

기발한대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상당수의 발명품은 주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많이 볼 수 있다. 독일은 자원의 고갈과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신무기 개발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연합군 역시 전 유럽이 전쟁터가 된 상황에서 최대한 전쟁을 조기 종결시킬 목적으로 마찬가지 시도를 했다.



빙하 군함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과 추축군은 대서양과 태평양에 걸친 넓은 해역에서 대규모 해전을 치렀다. 하지만 군함은 그 거대한 규모 때문에라도 단기간에 건조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 이 와중에 영국의 발명가인 '제프리 파이크'는 얼음으로 군함을 건조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당장 해군력 보강에 관심이 컸던 영국 정부가 반응을 보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물 86%와 목재 펄프 14%로 이루어진 '파이크리트(Pykrete)'라는 물질로 배를 건조하는 것이었다. '하바쿡(Habbakuk)'이라 명명된 이 콘셉트는 실제 캐나다에서 1,000톤급 군함을 모델로 하여 엔지니어들이 작업에 착수했지만 배의 하중 때문에 구성체로 쓰인 얼음이 녹았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항상 배를 섭씨 -16도로 유지해야 했다.



엔지니어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하다가 결국 배의 골조를 유지하기 위해 10,000톤의 강철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애당초 강철을 쓰지 않기 위해 얼음으로 배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므로, 이 시점에서 이미 이 '얼음' 배는 의미를 잃어 사업은 흐지부지됐으며, 결국 왕립 해군 측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하바쿡'은 파트리샤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혀 버렸다. 물론 배는 자연히 녹아 없어졌다.



공기 대포



공기 대포는 독일 측에서 개발한 무기다. 연합군의 유럽 본토 폭격이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스투트가르트'에 있는 한 공장이 대공 무기 용도로 길이 10m, 지름 92cm의 대포를 생산했다. 이 포는 수소와 암모니아 혼합물을 탄환으로 썼으며, 기폭 시킬 경우 포탄 대신 압축 공기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도록 제작됐다.


실제로 제작된 이 '바람포'는 약 200m 전방까지 강력한 바람을 뿜어냈지만, 항공기를 밀어낼 힘까지는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잡을 만큼 속도가 빠르지 못했다. 결국, 공장에 방치된 채로 있던 이 '공기 대포'는 1945년 4월, 연합군이 진주해 공장을 접수하면서 미군 손에 들어갔다.



풍선 폭탄



1944년경 일본은 태평양에서 약 9,000개의 풍선에 16kg 고폭탄과 약 7kg의 소이탄을 넣어 띄웠다. 일본의 계산은 이 풍선들이 제트 기류를 타고 태평양을 3일간 건너면 미 본토와 알래스카 삼림 지대 위에서 대량으로 투하되어 대 화제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실제 미 본토에 닿은 것은 389개에 불과했으며, 그중 제대로 폭발한 풍선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중 두 개는 일본으로 되돌아왔다.



일본 측은 그럴듯해 보였던 이 아이디어가 먹혀들지 않자 크게 실망했으며, 결국 1945년에 이 계획을 완전히 폐기했다. 풍선은 50, 60년대를 넘어 1970년대까지도 미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발견됐다.



악취 폭탄



최초 미국과 이스라엘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던 비살상용 무기로, 주로 시위 진압 등에서 인명 살상 없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2000년대 초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공통으로 혐오스러워하는 냄새를 특정 공간 안에 뿌림으로써 스스로 그 지역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발상이었으며,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산속 동굴에 은거한 탈레반 반군 등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됐었다.


특히 최루탄과 달리 화학 부작용으로 인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관심이 쏠렸었다. 문제는 인간이 혐오하는 냄새라는 것이 문화권에 따라 김치, 치즈 같은 발효 음식 냄새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듯 문화적 관습에 기인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톨(대변  냄새)''황 화합물(시신의 부패 냄새)'처럼 대부분의 인간이 혐오하는 냄새를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져 어느 정도는 성과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생각했던 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아 아직도 진행 경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실 이렇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실패작들이 많아 보이지만, 자고로 모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사고의 틀을 깨는 신무기가 탄생하는 법이다.


미국이 '국방고등 연구사업국(DARPA)' 예산으로 연간 $28억 달러(약 3조 원)를 쏟아붓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99가지의 아이디어가 실패하더라도 획기적인 단 한 가지가 성공한다면 전장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08/03 - [MAN/MILITARY] - ①만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세계의 이상한 무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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