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의 하늘을 지배한 첩보기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탄생시킨 비밀 고공 정찰기 'SR-71'은 시대를 초월한 세기의 명 항공기로 평가되는 걸작기다.

단지 32기만 제작된 이 정찰기는 어느 전투기도 상승하지 못하는 80,000 피트 상공에서 음속의 3.2배로 비행할 수 있었는데, 1976년에 세운 스피드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 SR-71 고공 정찰기

한편 록하드마틴은 SR-71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U-2'기라는 고공 정찰기를 개발해 미 CIA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 당시 U-2 정찰기는 7만 피트라는 높은 상공을 비행하며, 소련 정찰 활동을 펼쳤는데, 소련의 그 어떤 전투기나 유도탄도 이 정찰기를 명중시킬 수 없었다.

소련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미국에 맹렬히 항의를 하며, 이 얄미운 정찰기를 요격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러한 소련의 대응에 불안을 느낀 미국은 다음 세대의 정찰기 개발을 개념적이나마 찾기 시작했는데,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1960년, 소련을 정탐하던 U-2 기가 소련이 다량으로 발사한 샘 유도탄 중 한 발에 명중되어 격추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고공 정찰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록하드마틴은 U-2 기가 가지고 있던 고공비행의 생존성에 상상도 못할 엄청난 스피드가 더해진 비밀 정찰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마침내 SR-71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고속의 SR-71은 초음속 고공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과 싸워야 했다. 계속적인 초음속 비행은 기체 표면의 온도를 섭씨 230도나 끌어올렸다. SR-71은 이 고온에 버티기 위해 기체 제작에 티타늄을 사용했는데, 이 내열 제품은 가격도 무척 비쌌지만 서방에서는 대량 생산하는 곳이 없었다.

오직 소련만이 이 특수 금속을 괜찮은 가격에 대량 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은 정보 능력을 총동원해 이 티타늄 금속을 미국으로 빼돌릴 수 있었다.

또 고공을 고속으로 비행하는 SR-71은 조종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제일 첫 번째 문제는 고속 비행으로 인해 생기는 기체 표면의 고온으로 인한 것이었다. 230도를 웃도는 기체 표면의 고온은 닭튀김할 때 끓는 기름 온도와도 비슷할 정도인데, 이 고온 때문에 조종사가 탈출했을 때 생존을 보장하기가 힘들었고, 고온의 기체에서 조종석의 온도를 계속 적정하게 유지하기도 힘들었다.

성능 좋은 에어컨이 조종석 온도를 조절해주고는 있었지만 호흡을 위해서나 비상시를 위해서 조종사의 생존을 보존해줄 특수한 조종복을 착용해야 했는데, 이 조종복은 고공에서도 조종사가 버틸 수 있는 압력을 유지해주고 호흡을 위한 산소도 공급해야 했다.

여기에 미국의 '데이비드 클라크' 사가 어느 상황에서도 조종사의 생존을 보장해줄 완벽한 해답 제품을 내놓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SR-71 조종사의 조종복은 우주인의 복장과 비슷하다. 이 조종복을 만든 데이비드 클라크 사는 이 조종복을 기초로 나중에 우주 왕복선 승무원들의 조종복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SR-71은 1964년 미 공군에 취역하여 세계의 위험한 분쟁 지역 상공을 비행했다.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SR-71은 정기적으로 북한 상공을 방문했었는데, SR-71이 북한 상공에 진입하기 전 초음속 돌파를 하면서 터뜨리는 굉음이 서울 시내까지 들려오기도 했었다.

↑ 독사 같은 머리를 한 SR-71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출격하는 모습에 공포심을 먹은 오키나와 주민들은 오키나와 섬의 독사인 '하부'라는 이름을 별명으로 붙여주었다. SR-71 조종사들은 하부라는 별명을 좋아해서 부대 표식으로 삼았다.

SR-71은 30년의 활동 중에 무려 3,551회나 되는 작전 임무의 출격을 했고, 100발의 유도탄 사격을 받았다. 하지만 유도탄이 날아오면 SR-71은 간단히 속도를 더 올리고 갈 길을 갔고, 적 유도탄은 검은 광선처럼 까마득히 도망 쳐버린 SR-71의 후방에서 폭발할 따름이었다.

32 기가 제조된 SR-71은 34년의 활동기간 동안 사고 등의 이유로 12 기가 추락했으나 적에게 격추된 것은 단 한 기도 없었고, 소위 말하는 전사자도 없었다.

↑ U-2 기는 미국 측에서 운용할 때 소련과 쿠바 상공에서 두 기나 격추되었고, 타이완 공군이 운용할 때는 중국 상공에서 4 기가 격추됐다.

이후 34년간 분쟁 지역의 하늘을 비행했고, 1998년에 퇴역했다.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는 이 SR-71의 비행에 동행하는 급유기가 대 여섯 기나 될 정도로 그 운용 비용이 대단했었고, 더구나 첩보 위성과 무인기의 발전 속도가 놀랍게 빨라서 더 이상 SR-71기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SR-71은 현시대에 탄생했어도 최신예 정찰기로 손색없는 시대를 뛰어넘는 세기의 명 항공기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