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영화 '공작'과 같은 첩보 활동이 불가능한 이유

서방 정보기관의 '인간정보(휴민트)' 공작이 가장 취약한 곳은 북한이다. 감청이나 위성 사진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는 사안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인간정보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북한에서는 아예 불가능에 가깝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반미 성향 국가들도 인간정보에 의한 정보 수집과 공작이 쉽지 않은 나라에 속하지만 경제 활동 등을 이유로 외국인들이 운신할 공간이 생긴다.



이에 상사 주재원이나 특파원들은 제한된 수준이나마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인적정보 라인을 구축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철저히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북한을 방문하면 곧바로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모든 행동이 감시의 대상이 된다.



USB, CD-ROM, DVD, 휴대전화, 태블릿 노트북 컴퓨터, 인터넷 검색 기록 등은 모두 검열되고, 북한이 여행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허용한다 해도 북한 통신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작동되지 않으며, 통화 기록도 북한 당국에 노출된다.



또 북한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내용의 출판물 등을 소유하면 범죄 행위로 간주돼 노동 수용소에 장기간 구금되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허가받지 않은 국내 여행, 현지 주민들과의 접촉, 환전, 사진 촬영, 음란물 반입, 외국인 전용 외의 상점에서 물건 구입, 정치구호 물이나 지도자 사진 훼손 등은 모두 범법 행위로 간주된다. 이렇듯 외국인들을 해로운 바이러스 대하듯 경계하는 북한에서 인간정보를 통한 공작이나 정보 수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부 정보망이 없다 보니 첩보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채 행동하다 뒤통수를 맞는 일도 발생한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당시 한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



2015년 4월 29일, 국가정보원은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하루 뒤 러시아에서 공식 부인했고, 2016년 2월에는 리영길 당시 북한군 총참모장이 숙청됐다고 했으나 3개월 후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리영길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돼 건재를 과시해 내외신의 질타를 받았다.



첩보를 최종 확인해줄 수 있는 인간정보가 제 역할을 했으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한미 정보당국의 대북 정보 수집은 정찰기와 신호정보 수집기, 인공위성, 지상 감청 시설 등을 통해 북한의 유무선 교신을 엿듣는 'SI 첩보'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SI 첩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북한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이 제한되어 있고, 인터넷 역시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여기에 전화선은 지하에 매설되어 있어 감청 장비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험준한 산악지형과 북한의 위장술 등으로 인공위성을 통한 영상 정보 수집도 쉽지 않다.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의 신호정보 수집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역정보를 흘리거나 주파수, 암호체계를 변경하는 등 기만책을 사용하는 것도 대북 정보 공백을 키운다. 때문에 상대의 내밀한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내부 정보원으로 이를 보강해야 하지만 북한은 서방 정보기관들이 정보원을 확보할 틈조차 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간정보 분야를 육성하면 서방 정보기관들이 갖지 못한 첩보망을 확보할 수 있다. 첨단 장비들이 전장을 누비는 시대에서도 인간이 무기인 인간정보 분야는 여전히 첩보전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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