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호주의 프리미엄 구축함

최근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 있는 '호주잠수함공사(ASC)' 조선소에서 호주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호바트'함의 인수식이 거행됐다.



6300톤 급의 미니 이지스함인 호바트 구축함은 비록 미국 등 강대국의 이지스 구축함보다 덩치는 작지만, 나름대로 호주 해군이 10여 년간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차세대 방공 구축함 사업의 결실이었고, 호주 해군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군함이었다.



그러나 이 구축함의 인수 소식을 접한 호주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호바트 이지스 구축함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자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미치는 나라가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스함을 포함한 고가의 무기체계들을 사들이며, 군사력 강화에 매진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호주는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자국 안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공군력 현대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 해군의 '호바트급' 이지스 구축함 획득 사업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했다.



구형함 위주로 구성된 호주 해군 함대는 중국의 신형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에 취약했고,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함대를 지키기 위한 전투함을 도입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호주는 지난 2005년, 차세대 구축함 공개 입찰을 시작했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는 두 곳이었다. 하나는 미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급 디자인을 제시한 미국의 '깁스 앤 콕스'였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 해군의 'F100'급 디자인을 제시한 스페인 '나반티아'였다.


↑ 1척에 1조 원에 달하는 8100톤 급 미국의 알레이버크 구축함


↑ 1척에 6000억 원에 달하는 6000톤 급 스페인의 F100 구축함


호주 국방부는 수년간의 검토 끝에 가격이 저렴한 스페인 설계안을 채택하고, 2010년부터 F100급 구축함을 바탕으로 개발한 호바트급 구축함 건조 작업에 착수했다.


이 구축함의 건조는 호주 국내에 있는 조선소들이 맡았다. 멜버른에 있는 영국계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 조선소를 비롯해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호주 국영 방산업체 ASC, 뉴캐슬의 민간업체 포르각스 조선소 등이 사업에 참여했다.


거대한 선체를 모듈로 나눠 각각의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애들레이드에서 최종 조립해 배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적 기대가 국민적 분노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각 조선소에서 제작된 블록 최종 조립을 위해 ASC 조선소로 옮겼으나, 막상 조립을 하려고 하니 각 블록들의 규격이 맞지 않아서 조립 자체가 불가능한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미 만들어진 각 블록은 전부 해체되고 처음부터 다시 블록을 제작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비용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 황당한 사건의 조사를 맡은 '호주국가감사국'은 사건의 원인을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스페인 측이 제공한 설계도면 자체에 오류와 결함이 많았고, 지금까지 이러한 첨단 함정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호주 국내 조선소들은 자신들에게 제공된 설계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도면대로 블록을 제작했던 것도 문제의 원인이었다. 여기에 각각의 블록은 완전히 서로 다른 규격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이러한 기획·설계 단계의 문제에 더해 호주 조선소의 저조한 생산성도 비용 상승에 한몫했다. 이 구축함 건조 사업의 주계약자였던 '호주잠수함공사(ASC)'는 국영기업이지만 강성노조가 장악해 모든 군함의 도입 가격을 기획 단계의 몇 배로 올리고, 납기일도 몇 년씩 늦추기로 악명이 높았던 조선소였다.



지난 2014년, '데이비드 존스턴'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나는 그들이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못 믿겠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당초 1척에 6000억 원 수준으로 계획되었던 호바트급 구축함의 가격은 2조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호주 여론은 들끓었다. 1척에 2조 5000억 원이라면 미 해군의 1만 4000톤 급 차세대 구축함 '줌왈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 미국의 줌왈트 구축함


한국 해군의 1만 톤급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1척에 약 1조 원이고,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1만 톤급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27DDG'가 1척에 2조 20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함정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호주의 6000톤짜리 미니 이지스함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 세종대왕함



한편 지난 2017년 6월에 인수식을 가진 호바트급 구축함은 호주 해군이 도입한 첫 번째 이지스 구축함이다. 앞으로 2척이 추가 건조될 예정이며, 건조 사업비는 9조 원에 달한다. 이에 호주 군사전문가들과 호사가들은 이번 해군력 증강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혈세를 낭비할지 수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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