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군함도 호주에서 만들면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자국 안보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미치는 나라가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럼에도 최근 호주가 해군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중국 때문이다. 호주는 서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자국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해군력 현대화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군사전문가들과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해군력 증강을 위해 제작되는 군함들이 해외 국가들이 도입하는 유사 규모 군함들보다 몇 배나 비싼 수준으로 책정되어 많은 혈세를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 해군 주력 잠수함인 '콜린스급'이다. 호주는 잠수함 전력 강화를 위해 1987년 스웨덴 '코쿰스'에서 기술 지원을 받아 3000톤 급 잠수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콜린스급 잠수함


그러나 1척에 8억 달러라는, 당시 원자력 잠수함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가격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건조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호주 국영 방산업체인 ASC는 건조 단계에서부터 기술자문인 코쿰스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기술 부족에도 불구하고 설계와 국산화 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는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해서 쏟아냈다. 결국 분노한 코쿰스는 사업에서 손을 놔버렸고 ASC가 주도해 완성시킨 잠수함의 완성도는 문자 그대로 재앙 수준이었다.


규격에 안 맞는 프로펠러를 다는가 하면, 동력계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이 계속 일어났고, 잠수 중 선체로 물이 새어 들어왔다.



또 잠수 상태에서 잠망경을 올리면 항해가 거의 불가능해질 정도로 난류도 발생했다. 이러한 난류는 수중에서 잠수함의 선체를 요동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소음도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잠수함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었다.


결국 해외 방산업체들의 도움을 얻어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6척의 잠수함은 개량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쳐 1척 평균 8000억 원이 넘는 가격으로 호주 해군에 납품되었다.



그럼에도 성능 미달인 이 잠수함에 분노한 호주 해군은 도입 10년도 채 되지 않아 대체 잠수함 도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은 몇 배나 바가지를 쓰면서 결함투성이의 군함을 만드는 호주의 '마이너스의 손' 흑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호주 해군 최대의 군함인 '캔버라급' 헬기 상륙함은 동형인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급'의 2배 가격으로 건조되었음에도 시운전 단계부터 선체 균열과 누수, 엔진 출력을 높이면 발생하는 추진축의 과도한 진동 문제 등 국가감사국이 밝혀낸 결함만 1만 4000여 가지에 달했다.


↑ 캔버라급 상륙함


↑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


현용 호주 해군 주력 전투함인 '안작'급 호위함의 경우 독일의 '메코 200'형 호위함의 설계를 들여와 자국에서 건조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상당수의 무장과 센서를 생략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 동일 함정을 도입한 다른 나라들의 1.5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했다.


↑ 안작급 호위함


이 같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기술력과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국산화가 요구된 점, 강성노조가 장악한 국영 조선소들의 느슨하고도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납기일이 늦춰지고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노조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풍토는 890억 호주달러(약 7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해군력 증강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호주 국방부에게 상당한 고민거리였다.


이 때문에 데이비드 존스턴 국방장관은 "나는 ASC가 잠수함이 아니라 카누를 만든다고 해도 못 믿겠다."는 독설을 날리는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비효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규 군함 도입은 해외 직구매로 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렸지만, 이 같은 발언이 노조의 미움을 사면서 존스턴 장관은 결국 장관 자리에서 쫓겨났다.



존스턴 장관이 경질된 후 호주 국방부는 12척의 잠수함 구입에 43조 원을, 9척의 호위함과 20여 척의 초계함을 획득하는데 33조 원의 비용을 투입할 것이며, 신규 획득되는 군함들은 모두 호주 국내에서 건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 기획 단계에서 공개된 사업비용조차 해외 국가들이 도입하는 유사 규모 군함들보다 몇 배나 비싼 수준으로 책정되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가운데 호주 군사전문가들과 국민들은 이번 해군력 증강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 혈세를 낭비할지 수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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