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즈모 상륙함이 사실상 항모로 분류되는 이유

일본은 냉전 시기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한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서 미 해군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세계 정상급의 해군력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평화 헌법' 이라 불리는 헌법 제9조의 족쇄에 묶여 자위대 무장에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일본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가질 능력은 있어도 가질 수 없었던 궁극의 무기에 대한 열망을 남몰래 불태우고 있었다.



이러한 열망은 지난 2013년, '이즈모'함이 진수되면서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이즈모함


지난 2013년 8월, 진수식에서 이즈모라는 함명이 공개되자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또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즈모라는 이름은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독도의 행정구역이라 우기고 있는 '시마네현' 동부의 옛 지명이다.


우리 해군이 대형 수송함에 독도 수호 의지를 담아 함명을 독도로 정한 것에 맞불을 놓는 격이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 함명에 대단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이즈모라는 이름은 '메이지유신' 직후 '제국주의' 국가로서 기지개를 펴던 일본이 영국에 주문해 처음으로 1898년 장만한 '장갑 순양함'의 이름이 '이즈모' 였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배는 1896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시모노세키 강화조약'에서 청나라로부터 뜯어낸 전쟁 배상금을 투입해 착수한 일본의 해군력 강화 사업을 통해 태어났다.


이렇게 태어난 이즈모함은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제정 러시아 해군 발틱 함대를 궤멸시켰던 쓰시마 해전에서 러시아 함대를 처음으로 발견해 전투의 시작을 알렸던 배였고, 1937년 중일 전쟁 기간 중에는 상하이의 황푸강 하류에 정박하며 상하이 시내를 향해 포격을 가해 중국 군인은 물론 민간인을 수 없이 살상했던 배였다.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도 일본이 신형 함정에 이즈모라는 이름을 쓴 것은 도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일본 해상자위대는 항공모함처럼 생긴 이즈모함을 '헬기 호위함(강습 상륙함)'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배의 구조를 뜯어보면 이 배는 누가 봐도 '항공모함'이다.


무려 1,208억 엔(약 1조 4,000억 원) 가까운 건조비가 들어간 이즈모는 갑판 길이 248m, 폭 38m, 만재배수량 27,500톤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한때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이라 불렸던 우리 해군의 독도함보다 길이는 50m, 폭은 7m 크고, 배수량도 1만 톤 가까이 크다.



현재까지 취역한 경항공모함 가운데 가장 대형인 이탈리아 해군의 '카보르'급보다 크고, 프랑스 해군의 중형항공모함 '샤를 드골' 보다 크다. 어지간한 나라의 항공모함보다 더 큰 미 해군의 신형 강습상륙함 '아메리카'의 크기에 육박한다.


갑판의 넓이 이외에도 이 배에서는 곳곳에서 항공모함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즈모의 갑판 중앙과 좌현에는 대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들 엘리베이터의 적재 하중은 30톤으로 F-35B 전투기를 충분히 실어 나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 해상자위대는 이 배의 갑판 바로 아래에 여성 자위관을 위한 '독실'을 무려 90개나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배의 승조원은 함정 요원과 항공 요원을 모두 합쳐도 470명이고, 해상자위대의 여성 자위관 비율은 5% 미만인데 존재하지도 않는 여성용 공간에 막대한 공간을 배정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독실이 배에서 차지하는 용적은 미국이 개발하고 있는 함정용 항공기 '사출장치'의 용적과 비슷하다.



사출장치 EMALS : 비행기가 제한된 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는 속도를 보조할 수 있도록 제작된 장치


이러한 사실은 이 배가 무려 80만 갤런 용량의 항공기용 연료 탱크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일본이 이 배를 가까운 시일 내에 전투기를 탑재한 항공모함으로 운용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항공자위대가 F-35A 스텔스 전투기 42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해상자위대 역시 수직이착륙기 F-35B 와 F-35C 등 항공모함용 함재 전투기를 올해 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F-35A lightning


수직이착륙기 F-35B


일본은 이즈모와 동형인 헬기 호위함을 한 척 더 건조 중인데, 오는 2020년 이전까지 '이즈모'급 항공모함 2척과 이보다 약간 작은 '휴우가'급 2척을 전력화해 해상 자위대의 각 '호위대군'에 1척씩 배치할 계획이다.



각 호위대군은 이미 이지스 구축함 등 고성능 전함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여기에 함재기만 들여오면 일본은 4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손에 넣게 돼 당분간 아시아 최강의 해군이라는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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